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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담론
2004.09.22 19:21

삶과 죽음의 우골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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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인육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고대부터 전해져오는 가장 험한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전 글에서 '새트루누스(새턴 Saturn)'가 자신의 아이들을 삼켰다는 일화가 신화의 일부분이었다면 또 하나의 엽기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기나긴 역사를 두고 전해져 온다.

무엇보다 미술에서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이 ‘우골리노’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에 대해 로뎅의 작품을 빼 놓을 수 없다. 일전의 글에서 그의 대서사적 작품으로 손꼽히는 <지옥문>과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적 있는데, 이 작품이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 연유한다 하였다.
'단테'의 <지옥편> 중에서 단연 기억할 만한 장면 가운데 하나가 지옥에 떨어진 망자들의 명부를 보는 것이다. 그 명부에는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은 중립자, 지체 높은 이단자등이 적혀 있으며 그 중 하나 ‘우골리노’라는 사람이 있다.
'우골리노'는 미술 작품 곳곳에 종종 등장하는 인물로 인간 본연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고민하는 독특한 형식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난다. 그러면 여기서 오늘의 주제인 ‘우골리노’라는 인물에 대해 잠시 옅보기로 하자.

'단테'의 글 속에는 '우골리노'가 얼음 구덩이 속에서 ‘루지에리’라는 사람과 함께 갖혀 있었는데, '루지에리'의 바로 뒤에 '우골리노'가 붙어 그의 뒤통수를 뜯어먹고 머리카락을 한 움큼 뜯어내어 입을 닦으며 방문자에게 과거 이야기를 설명하게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골리노'는 피사의 백작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날 피사와 피렌체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데 피사의 대주교 ‘루지에리’는 이 전쟁을 빌미로 자신과 함께 권력을 잡으려 했던 '우골리노'를 배신자로 몰아 그의 4명의 아들과 손자와 함께 기아(飢餓)의 탑에 감금하게하고 문을 열지 못하도록 못으로 박아버린다. 이것도 모자라 열쇠는 바다에 던져버리고 식사를 일체 주지않게 된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굶어죽는 일은 뻔한 것.
배신의 증오도 자신을 괴롭히는데 굶주림에 울며 매달리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그 마음 얼마나 찢어질 듯 했을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그의 자식들은 서서히 죽어가게 된다.
망연자실한 '우골리노'는 눈까지 멀게 되고 마침내 배고픔을 참지 못하여 자식들을 먹기 시작하는데 '단테'의 글에서는 이 이후의 일을 ‘배신의 고뇌에도 지지 않던 나도 배고픔에는 결국 지고 말았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우골리노'의 과거를 더듬어보면 왜 그가 얼음 지옥에서 그같이 잔학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미술작품으로 돌아가 보자.
우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로뎅의 <지옥문>(1880-1917)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그 형상의 모티브가 전파되었는데 그 지옥문의 내용중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것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턱을 괴고 앉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인생의 희노애락과 함께 선과 죄악의 틈 사이에서 생각에 깊은 고뇌에 빠져있는 사람. 이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우골리노'라고 할 수 있다.
문의 왼쪽아랫 부분에도 <우골리노와 그의 아들>이 조각되어있으며 그의 스케치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우골리노'의 모티브는 로뎅 이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우선 '미켈란젤로'의 작품 중 시스티나 성당에 그려진 <예언자 예레미아>(1508~1512)와 <아침저녁의 의인상>(1475~1564)에서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 임종 후 '바사리'에 의해 만들어진 <미켈란젤로의 무덤>에서도 이 모티브는 살아있다. 로뎅은 어쩌면 이런 명작을 보고 심취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후 이러한 '우골리노'의 형상은 몇몇 곳에서 더 볼 수 있다.
낭만주의의 대표작이기도 한 '데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1818~1819)에서도 왼쪽 아랫편에 죽어간 아들을 안고 망연자실해 있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이러한 모티브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로뎅'의 작품에 감명받은 '카르포'가 이와같은 작품<우골리노>(1861)를 만들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어찌 되었건 인간의 고뇌를 말하는 행동언어 중 턱을 괴고 앉은 형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감동을 주나보다.
가을의 문턱에서 괜히 우울해져 흩날리는 낙엽 하나로 깊은 사색에 잠기는 영혼들을 위해 조용이 다가올듯한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적드문 공원 벤치에서 로뎅의 우골리노가 되어 살아있는 조각이 되어보면 어떨까.
하지만 그에앞서 이야기 속의 우골리노가 느꼈을 비통함과 삶의 허무함, 애절하고도 고통에 가득찬 인생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 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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