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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담론
2007.11.01 22:40

세상을 짊어진 크리스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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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림
패널화, 420×310cm, 420×150cm(×2)
안트베르펜 대성당

18세기의 이른바 2% 부족한 진주라 일컫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했던 렘브란트와 베르메르, 그리고 궁정 화가로서 그 명성을 드높혔던 벨라스케스와 이에 비견할 수 없을만큼 대단한 활동을 하였던 '루벤스'라는 화가가 있었다. '루벤스'의 그림은 화려한 보석을 눈 앞에 잔뜩 뿌려놓아 저 너머 어둠까지 풍성함으로 가득 채운 듯 마음 설레게 한다. 화려한 빛의 향연을 보여주었던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이 오버랩되어 지나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은 루벤스의 대표작 중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안트베르펜 대성당의 패널화이다. 아는 사람은 모두 알만한 대작인 셈이다.

이 작품은 화승총 병사들의 예배당 제단화로 제작한 것으로써 세 장의 패널에 각각 다른 예수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왼쪽으로 부터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가 세례 요한을 임신 중인 사촌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모습이 묘사되어있고, 중앙에는 그리스도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장면을 스펙타클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역시 오른쪽의 패널에는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치는 모습을 그렸다. 

평상시에는 좌우의 패널은 닫혀있다 한다. 평일에는 이 닫혀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닫혀있는 패널에도 루벤스의 작품이 소중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즉, 내외부 모두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트립티크라는 이야기다.(triptych: 세 폭으로 된 그림)
하지만 의외로 많이 알려진 내부의 이야기 보다는 바깥 패널의 그림에서 '루벤스'의 이 작품에 숨겨진 의도에 대한 키워드를 찾아볼 수 있다. 닫힌 좌우 패널의 내용을 볼라치면 성 크리스토퍼가 아기 예수를 업고 강을 건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성 크리스토퍼는 여행자의 수호신과 더불어 화승총(화승의 불로 터지게 만든 구식 총) 병사들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의 그리스식 이름은 크리스토포루스 Christophorus이다. 풀이하면 '그리스도를 어께에 업고 가는 자'라는 말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크리스토퍼는 사람을 업어 강을 건네주는 일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는 자기보다 힘센 사람이 나타나면 주인으로 섬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다.
크리스토퍼는 어느 날 한 아이를 업어 강을 건너주게 되었다.
처음엔 가벼웠던 아이가 시간이 흐를 수록 꽤나 무거워지는 이상한 일에 투덜거리는 크리스토퍼에게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 온 세상을 업고 있노라. 나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다시말해 세상을 지고가야 할 예수를 업는 크리스토퍼야 말로 그 어떤 무거운 짐보다 더없이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이 아닐까.

그런 연고로 그림 속의 예수는 땅에 있지않고 다른 이들에 의해 들려져 있는 상태로 묘사되어 있다.
왼쪽은 예수를 잉태한 성모의 모습, 오른쪽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대제사장의 모습, 중앙은 사도 요한에 의해 시신이 받아 내려지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 이지만 화승총 부대가 의뢰한 그림이었으니 어찌 감히 그들의 수호신을 무시하고 그릴 수 있었으랴 한쪽 귀퉁이엔 심지어 시장이자 이 부대의 연대장(니콜라스 로콕스 안트베르펜)의 옆모습까지 구경꾼들 중 하나로 묘사되어 있다. 당시 반종교개혁 기간기간에 활동한 화가가 자신의 고집대로 화면을 구성한다는 자체가 교회의 지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후원자와 교회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작품을 제작할 수 없을까하는 생각은 결국 트립티크의 바깥과 안쪽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그림으로 해결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림』의 메인 테마인 중앙의 그림을 보면 몰려오는 검은 먹구름과 불길한 검은 배경으로 세상의 암울함을 암시함과 동시에 이에반해 예수를 상대적으로 밝은 빛으로 처리하여 시각적으로 눈부시게 집중되게 하였다.
구도 역시 대각선으로 처리한 동적인 흐름과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리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힘겨움이 잘 나타난다. 발 아래 막달라 마리아와 클레오파의 아내 마리아가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는 반면 성모는 비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 성경에 쓰여져 있듯이 교회의 지침에 따른것이다.
오른쪽 아랫편에는 피 고인 대야에 가시면류관과 '유대인의 왕 예수'라고 쓴 죄패도 보인다.

어쩌면 신성하기만한 종교화에서 그 이야기를 다 하였더라면 이 작품의 여운은 짧게 흘렀으리라.
교회의 정리(正理)를 피해 교묘하게 이어가는 세상을 업은 이야기를 조화롭게 가져온 루벤스의 재치 또한 작품만큼 빛나는 보석이 아닐까.
힘들게 이어가는 우리네 삶이야 세상을 짊어진 성 크리스토퍼에 비견 될까만은 루벤스의 넉살좋은 옛이야기에 담뿍 녹아들어 고즈넉한 저녁, 오늘 하루 여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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