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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보테로는 캔버스를 가운데 두고서 관객과 마주보고 있는데 이런 구도는 벨라스케즈의 작품 [시녀들 Las Meninas]에 나오는 화가 벨라스케즈의 자세에서 차용한 것이다. 1950년대에 보테로는 마치 이탈리아 거장들이 과거의 회화와 조각을 재응용하듯이 그들에 대해서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 연구성과를 회화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다 빈치, 라파엘 등의 르네상스 거장에서부터 고야, 루벤스, 벨라스케즈, 뒤샹,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많은 거장들의 작품이 ‘보테로식 화면’을 통해 재해석되었다.
고전에 대한 보테로식 해석은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의 패러디 형식이 유행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게 된다. 유머와 풍자를 더하기 위하여 원작 그대로의 의미와 형식을 차용하는 패러디가 진지함을 거부하는 세대의 취향과 맞아 떨어졌고, 보테로의 작품은 패러디 문화의 전형으로 간주되었다. 보테로의 작품을 기존가치에 대한 항의, 혹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주장으로 보는가, 아니면 별다른 의미없이 그저 장난스럽게 그린 결과로 보는가에 대한 뚜렷한 해답과 구분은 없다. 보테로는 과거 거장들의 걸작을 연구하고, 그 작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예술가의 시각에 의해 똑같은 현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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